범죄피해자 지원 및 보호의 의의
범죄피해자는 범죄로부터의 공격에 의해 신체, 생명, 명예, 자유, 재산 등에 침해를 당함으로써 물질적․정신적인 피해를 입어 매우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이러한 경우는 국가 및 지방공공단체에 의한 피해지원이 이루어지는 사태, 즉 대규모의 재해의 경우와는 달리 공적인 지원에 의한 조직적이고 신속한 대응은 기대하기가 어렵다. 이러한 범죄피해에 대해서는 피해자의 친족 등에 의한 지원이이루어지는 것이 통상적인 대응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사정에 따라 친족 등에 의하여는 긴급한 지원을 기대할 수 없는 경우에 지역의 민간조직에 의해 이루어지는 피해자에 대한 대응을 ‘Victim Assistance’, ‘VictimSupport’, ‘Servicefor Crime Victim’이라고 한다. 이것은 대략 피해자에 대한 ‘원조’, ‘지원’, ‘구조’, ‘구제’, ‘보호’ 등 다양한 용어로 표현되며 총칭하여 ‘피해자서비스’라고도 한다. 그러나 보호, 구제, 원조라고 하면 보호, 구제, 원조 등을 하는 적극적인 입장과 그것에 대하여 수혜 받는 측의 수동적인 입장이 전제되기 때문에 적절한 표현이라고 할 수 없다.
이에 대하여 ‘피해자지원’이라고 하면 피해자가 범죄피해로부터 회복할 수 있도록 조언 및 서비스 등을 실시하는 것으로 여기에는 피해자가 주체적으로 피해로부터 회복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그 전제로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즉 범죄피해자 보상제도를 논하는 경우에는 경제적인 곤궁으로부터 구조한다는 취지에서범죄피해자 구제제도로서 ‘구제’라는 용어가 사용될 수 있으나, 여기에서 말하는피해자 대책은 형사절차에 있어서의 피해자 보호, 피해자의 요청에 따른 원조,재산적 손해에 대한 구제 등을 포괄하는 것으로 영국에서 말하는 범죄피해자 지원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적당하다고 할 수 있다. 본래 범죄피해자 대책은범죄피해에 의해 고통 받는 피해자를 조금이라도 그 고통으로부터 해방시켜 인간으로서의 행복한 생활을 추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서여기에는 항상 피해자가 주체적으로 심적 외상(Trauma) 및
PTSD(Posttraumatic Stress Disorder)를 극복할 수 있도록 사회전체가 지원하는것이 피해자 대책의 중심이 되어야만 한다. 이런 의미에서 ‘지원’이라는 용어가가장 적절하다고 할 수 있다.
한편, ‘피해자보호’란 국가 및 지방공공단체가 피해자의 요청에 따라 피해자의법적 지위를 확립하고 법률상의 보호를 실현하는 입법적․행정적인 활동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즉, ‘피해자지원’이 “사적인 단체 및 조직이 비공식적 또는자발적으로 피해자의 피해회복에 협조하는 활동”이라고 한다면 ‘피해자보호’는피해자에 대하여 그 기본적 인권으로서 “안전하고 평화로운 개인적․사회적 생활”을 확보하고 범죄자의 공격에 의해 침해된 권리의 회복을 위하여 국가 및 지방공공단체가 피해자의 법적 지위를 인정하고 또한 그것을 확보하기 위한 행정상․사법상의 조치를 통하여 권리주체로서의 피해자의 지위를 확립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범죄피해자 보호의 필요성
일반적으로 범죄피해자는 범죄에 의한 신체적 침해와는 별도로 수사 및 재판절차에서 피해자 개인의 사생활이 침해되거나, 가해자와의 대면 또는 피해자에 대한 반대신문 등을 통한 증거조사절차로 인하여 또다시 정신적 고통을 겪게 된다.
이는 현행법 제도가 범죄피해자의 권익보호에 대하여 미흡할 뿐만 아니라, 검사와 피고인 위주로 짜여있는 기존의 형사소송 틀 속에서 단지 범죄피해자는 증거의 대상이거나 수사 및 재판절차에서 수동적인 지위에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범죄피해자는 피해자인 동시에 수사 및 공판절차 진행에 있어서 필수적인 동반자이다. 이러한 점에서 형사사법기관은 가해자의 검거에 못지않게 피해자가 처한환경과 그의 곤란에 관심을 기울이고 그러한 곤란을 완화시킬 수 있도록 배려해주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현행 피해자에 대한 보호 및 지원법제는 과거에 비하여 개선되었지만, 여전히 부족하며 피의자나 피고인과의 관계에서 대등한 권리보호가 현행법상직접적으로 규정되어 있지 않다. 다만 헌법적으로 범죄피해자를 위한 제도로서 범죄피해자의 재판절차진술권(헌법 제27조 제5항, 형사소송법 제294조의2) 및 범죄피해자의 국가에 대한 피해구조청구권(헌법 제30조)이 마련되어 있다. 또한 형법적으로는 범죄의 성립이나 가벌성 제한과 관련하여 친고죄, 반의사불벌죄, 정당방위, 피해자의 승낙, 촉탁승낙에 의한 살인죄 규정 등에서 피해자의 행태를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와 같이 몇몇 조문에서 나타난대표적인 규정에 따라 피해자는 자신을 증인으로 신문할 것을 신청할 수도 있고,신문기회에 당해 사건에 대한 의견을 진술할 수 있다.그러나 이 경우에도 피해자는 피고인과 대면해야 하는 괴로움과 변호인의 반대 신문을 감당해야 한다. 피고인에게는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인정되고 검찰, 경찰 등 수사기관에서 조사를 받은 피의자에 대한 변호인의 참여권을 보장하고 구속된 모든 피고인은 국선변호인을 선임할 수 있도록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 안이 논의되고 있는데 반해, 피해자는 누구의 도움도 없이 법정에 서야 하는 것도 대단한 부담을 안겨 줄 수 있다. 거기에다 현재 수사와 재판기관의 담당자들이 피해자를 그들의 입장에서 우호적으로 대하기보다는 몸에 밴 위압적 태도와
사무적인 사건처리의 방식으로 대함으로써, 피해자는 상당한 위축감을 느끼고 보이지 않는 상처를 입기 쉬운 실정이다.
따라서 범죄피해자에 대한 보호문제는 이와 같은 현실적인 상황을 감안하여 그에 대한 대책의 일환으로 형사절차에서 피해자의 법적 지위와 보호문제가 활발하게 논의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피해자의 절차상의 권리는 편안하고 안전하며인격적으로 대우받을 권리, 수사와 공판절차에서 보호를 구할 권리, 알 권리 내지 정보청구권, 절차 형성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권리 등을 염두에 두고 적극적으로 논의될 것이 요구된다. 이와 더불어 범죄피해자는 당벌성의 전제로서만 인식되는 것이 아니라 범죄성립의 상대방으로서 피의자 또는 피고인과의 관계에서 대등한 권리보호가 형법상 규정되어야 한다.
자료출처:범죄피해자 보호 및 지원 법제(용인송댐대학교 법률실무과 교수 장완규)